계절을 잊고 핀 꽃

아직도 겨울이 비켜서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봄이 벌써 겨울보고 떠나라고 재촉을 하듯 꽃을 피웠다. 불쑥 불쑥 땅을 뚫고 올라 오는 난초들도 땅을 박차고 나와 세상을 구경하겠다고 난리부르스다.

그런다 한들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은 겨울인데 섣불리 세상구경하고 빨리 떠날까 노심초사다.
바람은 아직도 귓가를 스치며 겨울노랠 부르고 뺨떼기를 때리듯 소리치며 달아 난다.
겨울은 아직도 내세상이라며 해만지면 더욱 옷깃을 저미게 하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게 만든다.
그래도 날마다 주적주적 내리던 비가 내리지 않으니 기분만은 상쾌하다.
이런 날 동네 한바퀴라도 돌지 않으면 억울할 것만 같아서 동네를 돌다가 발견한 꽃도 보고, 불쑥불쑥 솟아 오른 새싹들도 본다. 비가 날마다 내리니 목마르지 않은 풀들이 푸르름으로 여름처럼 우쭐댄다.

날마다 마스크속으로 내 살내음같은 나의 체취를 맡으며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아 가는 우리로서는 꽃이 코비드19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세상이 온통 코비드19로 덮여 죽음의 십자가가 거리를 메우는 날에도 꽃이 피어 사람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세상이어서 다행이다.
푸르른 풀들이 자라주어 겨울을 밀어 내고 봄이 올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 다행이다.일년이 넘게 세상의 중심 뉴스가 코비드19가 되어 버린 지구촌에 그래도 코비드19를 잊고 살아 가는 세상도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는가? 거짓과 모함이 판치는 세상에도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세상이 온통 찬바람으로 휘감아 돌아도 조개탄 난로위 도시락처럼 따스한 점심을 기다리는 학생들같은 마음으로 내일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날마다 보는 길거리 노숙자들의 모습에서도 봄을 기다리듯이 너도 나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어려운 시기가 겨울과 함께 떠나 갔으면 한다.

  • 01/0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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